11월의 델 문도. 나포리탄 스파게티. 델문도박순희



오늘부터 시작하는 메뉴.
첫 빠따로 가서 먹고 왔습니다.
"델문도 알바님들. 포스팅 기다리셨습니까." 라고 묻고 싶어지는 자뻑 아줌마.
사진 풀겠습니다. (__);;




맛뵈기 사진인, 10월에 가서 씨엘님과 먹고 온 사진.
크림소다랍니다. 불량식품틱한 달달하고 그리운 맛.
실은 저 초록색 가루 좀 팔아주세요 라고 하고 싶어요 ㅋㅋ



나포리탄 스파게티 입니다.
비엔나 썰은 거랑 베이컨, 피망, 양파를 센불에 훌훌 볶아서 익힌 다음에
삶은 스파게티면과 케찹 넣고 열심히 볶아준다음 촤르륵 붓고,
파르마산 치즈 가루를 뿌려주면 저래 될 것 같습니다.


델문도 홈피에서 퍼온 공지사항을 옮겨볼께요.

스즈키상의 알기 쉬운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역사 강좌

역사란 풀어보면 대개 적당하기 마련이죠.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탄생도 그런 느낌이에요.
시대는 종전 후의 일본,
특히 도쿄는 ‘몽땅 다 태워버려라’ 라는 지휘아래
B29의 폭격으로 엉망진창 괴멸상태가 됩니다.
살아는 남았지만 우선 모두 가난하기 때문에
물자가 부족해서 「자아- 그럼 어떻게 살까」 하던 시절이에요.

미국의 진주군들이 밥을 먹는데
기지 내에서 큰 몸을 웅크린 채 서투른 젓가락 질로
밥과 된장국과 생선구이를 먹는 건 아닐 테고,
근육 울끈불끈의 손으로 우악스럽게 포크랑 나이프를 들고 양식을 먹었겠죠. 역시.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먹고싶지 않니? 」
「먹고 싶지만 이 군인들 다 합치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쵸귀찮아ㅋ」
하고 합리주의의 미국,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는
귀찮은 일은 패스하고 케찹을 뿌려버린 뒤
볶지도 않고, 단지 데친 스파게티에 케찹을 버무리는 것 뿐,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까 야채도 섞어섞어
과연 미국.
이것이 기본이에요.


요코하마의 어딘가의 높은 호텔.
흰 모자가 높은 요리장.
‘일본에선 아직 스파게티도 생소하니까, 이거 신메뉴로 괜찮지 않을까?’하고
미군의 케찹 스파게티에 힌트를 얻어 좀 더 요리스럽게 만들어 시식회.
일본인에겐 꽤나 악평

「뭐랄까 면이 너무 질긴데」
「그럼, 부드럽게 만들면 되는 거지? 」

라는 이탈리아의 카리스마 주부가 보면 부엌의 중심에서
맘마미아를 외치며 졸도할 만큼 삶아서 우동 같은 식감으로 해서,
프라이팬으로 야채와 함께 볶아 토마토 퓌레로 맛을 냈습니다.
이미 야키소바의 개념.
이것이 일본인들에게 대호평, 이후 인기메뉴가 된다.
이것이 첫걸음 입니다.


이후, 순조로이 좀좀 싸구려로 개량돼서 일반 식당에도 보급되어가는 나폴리탄.
당시는 쉽게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비쌌던 고기 대신에 싼 윈나소세지나 햄들을 대용,
토마토 퓌레 대신에 케찹,
이리하여 이 무렵에 케찹으로 다시 돌아옴. 역시나 인간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네요.


단지 그 시절으로서는 이것도 훌륭한 양식이며,
지금과 같이 본격적인 이탈리아 요리의 가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트소스(이것도 형편없이 데쳐져있었다)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스파게티로서
식당, 카페, 급식, 또 가정등에 정착해 갔어요.


이탈리아에는 없는, 일본의 오리지널 스파게티 「나폴리탄」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빛나고 있어요.

우리아빠 (59)의 함축적인 한마디,
「내가 대학 때 (종전 후 20년 정도 지나있습니다) 스파게티 붐이 와서 말야,
본적도 없기도 하고말이지,
뭔가 대단해 보이니까 일단 먹어볼까? 하고 비싼 돈 내서 먹긴 했는데 말야,
우동보단 얇고, 소바보다는 굵고, 게다가 단단하고 어중간해서 반도 안 먹고 가게를 나왔었다니까
(젊은이에게 옛 시절을 말하는 사람의 특유의 우월감 흘러 넘치는 먼 시선) 」

그런 아버지도 지금에 와서는 먹물 스파게티였던가 뭐시긴가를 제일 좋아해요.
그렇지만 당시엔 뭔가 본격 스파게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운데
서민입맛에 맞는 나폴리탄의 지위는 확고히 상승해 갔습니다.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는.

현재.

「나폴리탄? 아아, 찻집에서나 먹는 빨간녀석이지? (풋) 」
하고 에르메스 가방을가진 누님은 말합니다.
「미디엄레어로 익혀서주시고, 와인은 음… 전에 마신 보르도산이 맛있었으니까 이번에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

라든지 하며 콧대 높아진 현대인.
그냥저냥의 중학생도 루이비통 지갑을 가지고 다니고,
스파게티도 아르덴티가 당연이 퍽킹이된 21세기.
시대의 총애를 받았던 나폴리탄이 설자리는… 이미… 없다.
있다고 한다면 수십 년이나 시간이 멈춘 듯한 찻집이나,
근처 아줌마들 밖에 가지 않는 것 같은 백화점 꼭대기층에
허접의 향이 풍풍 감도는 레스토랑에 어린이세트에 조금 들어가있는 정도.
함께 2대 스타라는 간판을 떠맡고있던 미트소스는 지금도 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나 나폴리탄은  몰락하고 있다니.
고도 경제성장기의 스파게티의 약진의 한 축에 있었던, 그 붉게 빛나고 있었던 나폴리탄도,

「뭐야 이가게- 나폴리탄이라니 쵸웃겨- 」
지금은 본격적인 스파게티가 나오는 가게에 나폴리탄이 있으면
가게 전체의 격이 떨어진다고 하는,
썩은 귤과 같은 평가까지 그 명성은 쇠퇴해버렸어요.

그거야 그렇지. 부드러운 면에 케찹으로만 맛을 낸다.라니 이미지가 강하니까
쇼와 회고주의파의  「아-, 이거이거 그립네요」라고 하는 동정 같은 이야기가 유일한 자비.
조금 웃으면서 「옛날생각 나네요」라는 그런 느낌.


아니아니 Del mundo는 달라요.
나폴리탄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릴께요.
명란젓 스파게티라든가, 우메보시 낫또스파게티 라든 지를 하면 재밌겠지만,
여기서 저로서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시작한다면 나폴리탄이라고 처음부터 결정했었어요.
굳이 이 메뉴를 추구해 보고 싶은데
뭐, 아무리 노력해도 케찹은 케찹이지만요
게다가 1달밖에 안하는 메뉴가 될 것 같고
그 한계가 있는 느낌이 왠지 귀엽지 않나요?
일순간만 빛나면 돼-

화요일부터 스타-트

================ 라고 나오키상의 공지사항은 정리되었답니다.



포크도 살짝 가져다 얹어봤습니다.
근데요. 스푼도 같이 줘야할 것 같아요. 저야 아줌마니까, 아이엄마니까,
최대한 생존으로 후루루루룩 먹어버리지만요.
아가씨들은 이쁘게 먹어주었음 좋겠어요.
하지만 알바님들은 ;ㅅ; 설겆이 거리가 늘어나니 조금 슬프긴 해요.



막 먹고 있는데 히어로즈의 '히로'를 닮은 알바님께서 할라피뇨 데리고 막 뛰어오셨습니다.
핫샌드랑 같이 나오던 바로 그 그릇. 반가와 +_+
저게 쓸모 없을 것 같지만, 쉬엄쉬엄 먹다보면 필요하게 된답니다.



후후후...싹 비웠습니다. 할라피뇨도 한 조각 빼곤 다 먹었어요.
뭔 맛이냐하면 쏘야에 면 넣고 볶은 느낌?
나름 든든하고 괜찮았어요.

예전에. 영등포에 롯데 백화점이 처음 생겼을 때 온 식구가 출동해서
우주선 모양의 타는 놀이기구를 아빠랑 탔었는데, 그때가 생각났달까요.
저런 맛의 스파게티를 사주셨던 기억.
이렇게 추워지는 날씨엔 베이지색 바바리 입고 다니시던 아빠.
아빠 주머니에선 군고구마, 인형, 살짝 싸오신 마른안주까지.
호기심많은 세 딸을 충족시켜줄 무언가가 가득했던. 그때의 느낌이예요.

80년대 후반까지는 경양식집에선 나포리탄을 먹을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없어졌더라구요.

제가 살던 아파트 상가에서 김영모 빵집의 위층에 있던
엄마 친구분께서 하시던 경양식집.
시험을 잘 보면 주말에 사주시곤 하던 돈까스.
늘 곁다리로 나포리탄은 따라나왔거든요.

(하지만...나이먹지 않은 분들은 맛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오키상은,
  각오하고 드시도록 알바님들을 교육시켜 놓으셨답니다. 
  큰 맘 먹고 괜찮으면 드셔보세요. 저한테 돌 던지시면 울 겁니다. 에헴.)

참. 나포리탄 때문에 저 접시도 격이 떨어질까봐 나오키상 걱정했나봐요.
유럽가서 모셔온 나름 괜찮은 녀석인데, 격 떨어져 보인다고 ㅎㅎㅎ
알바여자분께서 그것도 이야기해주셨어요. 재미있었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알아와서 검색해봤는데, 비싼 그릇이더라구요. ;;
저는 잘 몰라서 네이뇬을 잡고 흔들었어요.

http://www.decomaison.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446&main_cate_no=140&display_group=1

이딸라의 오리고 접시. 오렌지 랍니다.
폴스미스처럼 강렬한 색 대비가 경쾌해요.
귀여웠는데 ;; 쫄지 마세요.



그리고 단팥죽은 나포리탄과 먹는 게 영 아닐 것 같아 시켰던 차.

Esprit de Noël
크리스마스 분위기. 이런 뜻일 듯 한데...아니면 말고요.
만두모양 모슬린 티백 하나 주전자에 넣고 95도 물에 5분이면 젤 맛있다는 차.

A festive tea blended specially for the occasion.
Flavoured with mild Christmas spices, it includes pieces of orange zest and vanilla.
Box of 30 traditional french muslin tea bags allowing quality tea to develop its most delicate flavour.

(이 설명은 마리아쥬 프레르 홈페이지 http://www.mariagefreres.com/  에서 online을 눌러 차 이름을 치면 나와요)

향료가 들어 마시면 몸이 따끈~ 내지는 후끈해진다는 느낌이 강한 차예요.
스타벅스의 타조차이 같은 향도 조금씩 배어나고,
어쩌다 예전에 한 번 옆집에서 얻어먹어 본 생강빵 향도 나고,
향을 맡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차예요. 바닐라 향이 그런 특징일까요.

살짝 느끼한 입을 가시는 데 한 잔.
비스켓이랑 한 잔.
깨끗하게 그냥 한 잔 먹으면 티팟이 비어버려서 아쉬운 차.
그리고 역시 화려한 시즌홍차.

두 주 동안 아팠던 마음.
지난 주의 장염의 쓰린 기억과 아들의 떼는 잊어버리고,
행복한 오후를 보냈기에 좋았답니다.

* 후후후- 기분 좋은 김에 오버로드로 변신해 모처엔 간식드랍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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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이지 2008/11/05 11:18 # 답글

    역시 나폴리탄하면 '맨하탄 러브스토리'가 >.<
  • 공룡사랑 2008/11/05 12:01 #

    헛 그건 드라마?
  • 세이지 2008/11/06 10:29 #

    넵 쿠도칸의 일드인데 꽤 재미있어요^^
  • 공룡사랑 2008/11/06 11:43 #

    +_+ 볼께요. 꺄홍...
  • 2008/11/05 12:1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공룡사랑 2008/11/05 13:00 #

    하하 큰 맘 먹고 드신 건 아니시죠? 그냥 맛은 순한 쏘야 면이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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