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만 3년 18일째를 맞았다.
엄마 노릇도 이만큼 시간이 지났으면 잘 할 것 같아야 하는데,
난 왜 아직도 헤메고 힘든 것인지 여전히 고민스러웠다.
멀쩡히 떠오른 해를 보고도 눈물이 나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밥 먹다 말고 울어도 봤다.
임신 출산후의 호르몬의 장난은 여직 끝났어야 할텐데,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갈수록 힘이 든다고, 난 후배 엄마들에게 말한다.
장난하지 말라고, 그러면 어떡하냐고 말을 해도,
난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톡 까놓고 이야기 한다.
책의 처음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엄마의 두려움에 대해 말한다.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찾아봤던 것이
남들처럼 만적인 임신 육아서에 태교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의대생하고 사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되었다.
남편도 나처럼 초보 부모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의대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p 103)
하필이면, 무늬만 의료인인 면허증만 가진 간호사인 덕에,
예전에 학생때 필기한 노트를 뒤적이며 갖가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남편이 그나마 보고 읽어줬으니 나았을까 싶다가
어쩌면 2배로 무서웠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니 소름까지 돋는다.
"이봐요. 교육 받는 것과 몸소 느끼는 건 정말 달라요." 진짜라니까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 구절이 따로 없다.
사춘기때 읽고 의대의 꿈도 키워봤었던 '닥터스'의 로라가 아니더라도
의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마마블루스는 올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해 봤다.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에 달려가고, 전화도 했고, 영어로 된 원서까지 찾아보며
학생때도 안 했던 공부를 하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3년이 지난 지금엔 그냥 다 부질없었단 생각이 든다.
걱정할 시간에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풍경과 시간을 즐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둘째 때는 저자처럼 '덤벼라 세상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가 역시나 겁나기도 하는 기분.
나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마 읽는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젖병을 휘두르는 것은 슈퍼마켓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다. (p146)저자는 모유 수유라는 소재를 통해 흑백문제로까지 가는 극단도 지적을 한다.
과연 모유수유에만 이런 개념이 적용되냐고 물으신다면,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 병원분만 vs 조산원, 천기저귀 vs 일회용 기저귀 를 비롯해
도처에 문제는 널렸으니 심심해하지 말라고 거칠게 대꾸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준과 신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지만,
내 드러내기 싫은 치부까지 다 들어야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러면 그럴수 있지" 라고 말하는
잔인한 부모들도 생각보다 많다. 더 심한 건 그렇게 듣고서도 그래도...라고 토를 달며
돌을 던져대는 인간이 덜 된 부모들은 더더욱 많다.
누구든 처해진 상황이 같지는 않고, 진리라고는 하지만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희생만 강요하는 어이없는 육아서는 도처에 널려있다.
이기적인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요즘들어 트렌드라고 말할만한 것이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라고 나오는 것인데,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은
또한 제대로 엄마 노릇 못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으면 육아법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스포크 박사의 옛날 교과서에 의존할 것인가 묻고 싶은 건,
이미 현실을 알고 이젠 좀 편하게 살고 있는 타칭 '날라리 엄마'의 입장이지만,
분명한 건, 행복한 얼굴로 아이를 보면 아이는 행복하게 웃고,
엄마가 울면서 아이를 보면 아이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냐. 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읽었으면 좀 더 마음이 편했을 것 같은데,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억울했다.
둘째를 낳을 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좀 더 아이와 즐기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나는 어린이집 앞으로 달려간다.